정읍집강소( 井邑執綱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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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평] 국회선 ‘존재감 제로’, 지역구선 ‘과장 행세’… 윤준병의원의 격(格) 떨어진 정치가 애처롭다

입법·견제 본업은 팽개치고 ‘동네 배수로’ 헤집는 국회의원공천권 볼모로 지방의원 줄 세우기… ‘지방자치 말살’하는 구태의연한 표밭 가꾸기

중앙 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정치인일수록 고향 내려와 골목대장 노릇에 집착한다. 정읍·고창 지역구의 윤준병 국회의원이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재개한 현장민원실 ‘토방청담(土訪聽談)’을 보며 드는 솔직한 참담함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시골 마을을 돌며 주민 소통을 가치로 내걸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회의원이라는 헌법 기관의 품격은커녕 기초의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격(格) 떨어지는’ 정치쇼에 불과하다.
지난 7월 4일 옹동면에서 열린 현장민원실에서 다뤄진 대화 내용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농수로 개선, △도로 노면 보수, △농촌지도상담소 시설 개선 등은 엄연히 정읍시청 행정공무원들과 지역 시·도의원들이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할 ‘말단 행정’의 영역이다. 시스템과 역할 분담이 존재하는 법치국가에서 국회의원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내가 해결하겠다”며 동네 이장 노릇을 자처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뿌리를 흔드는 월권이자 심각한 행정 방해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 자리가 민주당 소속 지방의원들을 노예처럼 거느리는 ‘갑질과 군기 잡기’의 장으로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시·도의원들을 대거 동행시켜 “의원이 직접 점검해라”며 상왕(上王)처럼 지시를 내렸다. 이는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 지방의원들을 수하에 두고 충성 경쟁을 시키는 해묵은 구태다. 지방의회 고유의 독립성과 주민 대표성은 간데없고, 국회의원의 사적 표밭 관리를 위해 사동(使童) 부리듯 줄을 세우는 풍경은 정읍 지방자치의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이토록 ‘격에 맞지 않는’ 하향식 행보에 목을 매는 이유는 명백하다. 거대 여야의 격돌이 벌어지는 여의도 국회에서 입법 성과나 중앙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니, 만만한 시골 마을을 돌며 ‘가성비 좋은 생색내기’로 표를 구걸하는 것이다. 동네 민원을 해결해 주는 척 생색을 내면서, 정작 본인의 지황 국비 확보나 도로 고시 같은 치적을 주입하는 ‘가장 가식적인 홍보 무대’로 주민들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전북특별자치도와 정읍이 마주한 현실은 대단히 위태롭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전북 소외로 도민들의 상실감은 극에 달했고, 인구 소멸의 시계는 멈출 줄 모른다. 주민들이 윤 의원에게 원한 것은 당장 내 집 앞 농수로를 봐달라는 구걸이 아니다. 거대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전북의 몫을 당당히 뺏어오고, 지역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거물급 중앙 정치인’의 무게감이다.
중앙에선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면서 지역구에 내려와 큰소리치는 정치는 주객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되었다. 국가의 대사를 논해야 할 국회의원이 동네 배수로에 빠져 치적 쌓기에 골몰하는 모습은 결코 자랑스러울 수 없다.
윤 의원은 매주 토요일 시골길을 걷기 전에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본인의 본업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인지, 아니면 정읍시청 행정지원과 소속 공무원인지 말이다. 주민들이 부여한 권력의 격을 스스로 시궁창에 처박는 저급한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나랏일 하라고 뽑아준 국회의원이다. 동네 민원은 시의원에게 맡기고, 이제 그만 여의도로 돌아가 제 본업에나 충실하라.
26.07.06 정읍집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