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성마을이라는 이름에 새겨진 역사, 우리는 왜 무심코 지나쳤을까요?"
이름 속에 감춰진 천 년의 비밀, 북면 '탑성(塔城)마을' 지명을 주목하십시오- '탑이 있는 성'이라는 지명과 고려시대 '당간지주'의 필연적 만남- 숲체원 개발 부지, 단순한 산자락 아닌 거대 사찰 유적지 가능성 농후
최근 국립정읍숲체원 조성이 추진 중인 북면 복흥리에는 예로부터 '탑성(塔城)마을'이라 불리는 동네가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지만, 그 속에 담긴 역사적 무게를 다시금 되짚어보는 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 "탑(塔)이 있고 성(城)이 둘러쌌던 땅"
'탑성'이라는 지명은 글자 그대로 '탑이 있는 성'이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이 지역에 당당히 서 있었을 탑과 그 사찰을 보호하던 성곽, 혹은 그에 준하는 요새가 존재했음을 알리는 선조들의 기록입니다.
실제로 이 마을 인근에 홀로 서 있는 고려시대의 당간지주는 이 지명이 단순히 전설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당간지주가 사찰의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였다면, 그 안쪽인 탑성마을 일대는 거대한 법당과 탑이 늘어서 있던 찬란한 고려 불교문화의 중심지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지명은 땅이 기억하는 '역사의 설계도'입니다
익산의 왕궁리 유적 또한 발굴 전까지는 그저 옛이야기 속의 장소였을 뿐입니다. 하지만 땅의 이름과 전설을 귀하게 여긴 끝에 우리는 위대한 백제의 왕궁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북면의 '탑성'이라는 이름 역시 땅이 기억하고 있는 일종의 '설계도'입니다. 당간지주가 대문을 상징한다면, 탑성이라는 지명은 그 집의 본모습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숲체원이라는 현대적인 휴양 시설이 들어서기에 앞서, 우리는 이 이름이 가리키는 천 년 전의 설계도를 먼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숲체원 부지에서 내려다 본 북면
■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줄 복흥리의 진짜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시민들은 묻습니다. 숲체원이 완공된 후, 우리 아이들에게 이곳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단순히 "나무가 많은 휴양지"라고 말하는 것과, "천 년 전 고려의 사찰과 성곽이 숨 쉬던 탑성마을 터에 세워진 역사와 자연의 공간"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가치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행정 절차상 '지표조사'라는 이름 아래 이 소중한 지명의 근거들이 묻혀버려서는 안 됩니다. 당간지주와 탑성마을이라는 두 개의 점을 연결하면, 우리가 보존해야 할 거대한 역사의 면적도가 그려집니다.
익산 왕궁리 유적,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
■ 익산 왕궁리는 동네 언덕이었습니다.
익산 왕궁리는 자그마한 동네 언덕이었습니다. 지명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고, 뜻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1990년대 발굴이 시작되면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습니다. 백제문화의 꽃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성곽 주추와, 탑 하나지만, 저 언덕에 서면 많은 상상이 가능하게 만듭니다. 괜히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된 게 아닙니다. 무성서원에 이어 탑성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적 보물을 찾아봅시다. 길 내려 서두를 일이 아닙니다. 일단 깔아뭉개고 볼 동네사업이 아닙니다.
■ 시민의 이름으로 제안합니다
이제라도 정읍시는 복흥리 일대의 개발(숲체원, 270억 전액 국비, 진입도로 36억원, 전액 시비)에 앞서 지명이 품은 역사적 실체를 규명하는 정밀 조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시민들은 포크레인의 굉음보다, 우리 땅이 이름으로 말해주는 역사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탑성마을의 이름이 숲체원이라는 이름 아래 지워지지 않도록, 그리고 그 발밑의 역사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감시의 눈길을 부탁드립니다.
<정읍집강소>
관련조사내역
( 한국산림복지진흥원, 2024년, 지표조사용역공고, 조사면적 17만평, 1988만원,수의계약)
(정읍시,2025년, 국립숲체원 진입도로 개설공사 국가유산 사전영향조사 용역, 4,409,020원, 소액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