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가 오는 7월 31일부터 사흘간 정읍천 미로분수, 벽천분수 일원에서 ‘2026 정읍 물빛축제’를 개최한다. 도심 속 하천에서 시원한 피서를 즐긴다는 취지를 내걸었지만, 정읍천의 참담한 실상과 예산 내역을 들여다보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현재 정읍천의 생태적 상태는 상류부터 하류까지 그야말로 비참한 지경이다. 상류 부전저수지는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로 병들어가고, 정읍의 젖줄이어야 할 내장호 물마저 하루가 다르게 탁해지고 있다. 오염된 상류의 물이 흘러드는 데다 하천의 흐름마저 끊기다시피 하면서 정읍천 중류 바닥은 물이끼와 개구리밥으로 그득하다. 하천인지 논인지조차 분간이 안 될 정도다.
더 암담한 것은 하류다. 농경지에서 유입되는 농약과 비료, 공업 오염물질이 어지럽게 뒤섞이며 하류 정읍천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생태계가 파괴되어 가고 있다. 한여름 청량해야 할 도심 하천 전체가 오염으로 신음하고 있으니, 시민들은 발은커녕 손 하나 뻗지 못한다.
이처럼 하천 본연의 생명력이 완전히 파괴된 상황에서 정읍시가 내놓은 처방은 기이하기만 하다. 정읍천 물을 도저히 쓸 수 없게 되자, 정읍시는 80만 원의 예산을 별도로 들여 수돗물을 사다가 임시 에어바운스 풀장을 채우고 분수를 돌린다. 자연 하천을 무대로 삼은 ‘물축제’에서 정작 정읍천 물은 버려지고, 수돗물로 눈속임을 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정읍천 물을 썼다간 난리가 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축제 예산의 규모와 쓰임새다. 단 3일간의 이 행사에 투입되는 총예산은 4억 3,900만 원(전 해보다 1억3천6백만원이 늘었다). 이 가운데 무려 86.5%인 3억 8,000만 원이 행사대행용역비로 책정됐다. 사흘간 밤하늘을 수놓을 연예인 초청 개런티, 대형 무대와 조명 임차료, 기획사 이윤으로 수억 원의 혈세가 단 72시간 만에 공중으로 사라진다. 3일이 지나 무대가 철거되고 나면 정읍천과 시민들에게 남는 자산은 단 하나도 없다.
상류 녹조 차단, 내장호 수질 관리, 하류의 농·공업 오염원 통제라는 근본적인 행정 과제는 완전히 방치한 채, 매년 수억 원의 세금을 일회성 대행업체에 몰아주며 며칠짜리 신상놀음을 벌이는 방식이 과연 타당한가?
4억 3,900만 원은 정읍천 상·하류의 오염원을 차단하고, 생태 자정 능력을 회복시키는 사업에 의미 있는 첫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소중한 재원이다. 정읍천이 깨끗해져 시민들이 365일 언제든 마음 놓고 몸을 풍덩 담그며 놀 수 있다면, 수억 원짜리 가수 무대가 없어도 정읍천은 그 자체로 가장 훌륭한 휴식처가 된다.
'수돗물 부어 만드는 사흘짜리 조명 파티' 대신, 정읍천 전체를 살려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진짜 행정을 촉구한다. 4억 4천만 원의 혈세는 일회성 폭죽이 아니라 정읍천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데 쓰여야 마땅하다.
<정읍집강소.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