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집강소( 井邑執綱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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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활용’과 ‘체험시설’이라는 눈물겨운 꼼수, 누구를 위한 파크골프장인가

국어사전을 아무리 뒤져봐도 이토록 눈물겨운 행정 언어의 조합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최근 정읍시가 내놓은 공고문 하나가 시민들의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이름하여 ‘내장산국립공원 내장호주차장 중복활용을 위한 주민설명회’다. 공고문 속 단어들을 가만히 뜯어보면, 정식 파크골프장을 짓고는 싶지만 법과 규제는 피해 가고 싶어 안달이 난 행정의 구차한 속내와 얄팍한 꼼수가 그대로 읽힌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단어는 ‘중복활용’이다. 왜 하필 ‘내장호 주차장’일까? 이유는 명백하다. 내장산국립공원 구역 내에서 멀쩡한 공원부지를 밀어버리고 체육시설을 대규모로 짓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미 허가가 나 있는 기존 주차장 부지를 물고 늘어진 것이다. 가을 단풍철을 제외하면 평상시에는 비어 있으니 겹쳐서 쓰겠다는 논리다. 국립공원을 보호해야 할 규제를 어떻게든 우회해 보겠다는 눈물겨운 명분 만들기다.
더 압권인 것은 ‘파크골프 체험시설’이라는 표현이다. ‘파크골프장 조성’이라고 당당하게 쓰지 못하고 굳이 ‘체험시설 운영’이라는 해괴한 우회로를 택했다. 정식 체육시설을 조성하려면 환경영향평가부터 시작해 국립공원 계획 변경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행정 절차와 환경적 비판을 직면해야 한다. 그러니 슬그머니 ‘체험시설’이라는 외피를 입혀, 마치 시민들을 위한 임시 가설 시설인 양 행정 절차를 가볍게 통과하겠다는 심산이다.
결국 이 해괴한 제목은 “국립공원 규제는 피해야겠고, 주차장 노는 땅에 파크골프장은 기어코 집어넣겠다”는 억지와 딜레마가 낳은 기형적인 결과물이다.
행정이 당당하지 못하고 단어 뒤에 숨어 눈 가리고 아웅 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사회와 자연환경으로 돌아온다. 국립공원의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억지 춘향 격으로 추진하는 이 ‘꼼수 골프장’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읍시는 주민설명회라는 요식행위 뒤에 숨지 말고 본질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행정 언어가 구차해질 때, 행정의 신뢰도 함께 추락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26.07.06 정읍집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