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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착수 4년 뒤에야 타당성 조사 ‘면피용’ 의혹2020년 설계 완료, 2022년 말 기습 착공… 절차는 ‘뒷전’
[정읍=시민기자] 정읍시가 마무리 중인 ‘내장산 자연휴양림 조성사업’(국,도비 포함 175억원)이 공공사업의 기본 원칙을 송두리째 무시한 채 추진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설계는 가장 먼저, 타당성 조사는 가장 나중에 실시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행정 절차가 감사 제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 2020년 설계, 2022년 말 착공… 환경평가는 그 사이 ‘끼워넣기’
공개된 용역 집행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정읍시는 지난 2020년 1월 23일에 이미 4억 6,633만 원을 들여 실시설계를 마쳤다. 하지만 법정 필수 절차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2021년 12월 23일에야 비로소 착수되었다.
실제 현장 공사가 본격화된 시점은 2022년 말로 확인된다. 2022년 11월 24일 토목공사 재해예방 기술지도와 12월 12일 토목공사 감리용역이 잇따라 체결된 것이 그 증거다. 즉, 환경청과의 협의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이미 설계안을 확정 짓고 공사 준비에 들어간 셈이다.
■ 공사 중반에야 나타난 ‘타당성 조사’… “면피용 용역” 지적
가장 황당한 대목은 사업의 존립 근거인 타당성 조사의 시점이다.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던 2024년 8월 21일에야 760만 원짜리 타당성 조사 용역이 수행되었다.
일반적인 행정 절차라면 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의 가치를 먼저 따져봐야 하지만, 정읍시는 거액의 설계비와 공사비를 먼저 쏟아부은 뒤 4년 7개월이 지나서야 ‘사후 합리화’를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부실 설계 입증하는 ‘사후 지반조사’… 안전 우려
행정의 난맥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축물 안전의 기초가 되는 지반조사 용역은 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2026년 2월 10일에야 이루어졌다. 이는 2020년 최초 설계 당시 지반에 대한 기본 데이터도 없이 도면이 작성되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설계 부실로 인해 2023년에는 1억 6,000만 원 규모의 설계 변경 용역 예산이 추가로 낭비되기도 했다.
■ 시민사회,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 예정
지역 환경 활동가는 “정읍시는 환경영향평가나 타당성 조사를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로만 인식하고, 예산을 먼저 집행해 사업을 기정사실화하는 편법을 썼다”며 “이번 자연휴양림 사례는 정읍시의 고질적인 절차 무시 행정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정읍집강소는 이번 용역 집행 내역을 핵심 증거로 삼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선 설계, 후 평가, 사후 타당성 조사’로 요약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정 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읍집강소> 26.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