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공원 탐방원, 국민연금 연수원, 숲체원까지 ‘숙식 일체형’ 사업 비판
•
소상공인 세금으로 ‘저가 경쟁 시설’ 건립… “행정이 시장 약탈하는 꼴”
정읍의 상징인 내장산과 아양산 자락이 ‘연수’와 ‘휴양’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거대 건축물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미 운영 중인 국립공원 내장산 생태탐방원에 이어 국민연금공단 연수원, 산림복지진흥원의 숲체원, 시에서 추진하는 내장산 자연휴양림 , 아양산 치유의 숲 등이 잇따라 들어서거나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역 소상공인들은 "국가가 우리 세금을 가져가 우리 목을 죄는 장사를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연수’는 핑계, 실상은 ‘콘도형 숙박시설’
이들 시설의 공통점은 ‘교육’이나 ‘탐방’, ‘치유’를 목적으로 내세우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대규모 객실과 식당을 갖춘 전문 숙박업소와 다름없다는 점이다. 국립공원 탐방원이나 공공기관 연수원은 일반 숙박업소는 허가조차 나지 않는 국립공원 요지와 보전산지를 독점하며 ‘특혜성 개발’을 진행한다.
문제는 이 시설들이 국민의 세금과 기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임대료와 이자, 세금 부담을 온전히 짊어진 민간 펜션이나 식당과 달리, 이들은 운영비 상당액을 보조받아 민간이 도저히 맞출 수 없는 ‘덤핑 가격’으로 손님을 끌어모은다. 이는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공권력을 이용한 ‘시장 침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지역 경제와 단절된 ‘폐쇄형 소비 구조’
경제 전문가들은 이들 시설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부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에어포트 효과’처럼 이용객들이 시설 내부에서 잠자고 밥 먹는 모든 소비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탐방원이나 연수원 내부에 대형 구내식당과 편의시설이 완비되면서, 방문객이 정읍 시내 식당가나 전통시장으로 나올 이유가 사라졌다. 전통차 거리에서 쌍화차 사먹을 이유가 없다. 정읍의 수려한 자연경관은 시설 이용객들이 독점하고 소모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지역 소상공인에게 흐르지 않고 국가기관의 수익으로 환수되는 ‘경제적 고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 “관(官)은 목적 사업에만 집중하라”
지역 사회에서는 이제라도 관 주도 사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기관은 본래의 목적인 ‘산림 교육’이나 ‘생태 탐방’ 프로그램 운영에만 집중하고, 숙박과 식사 같은 부대 서비스는 철저히 지역 민간 영역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떤 시는 시청 식당을 축소하거나 없애서 공무원들이나 민원인들이 주변 식당에 가서 점심을 사먹고 오게 한다. 그렇게 지역을 살리는 데 앞장서는 것이다. 시청에서 식당 운영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시청은 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탐방원이나 숲체원이 진정으로 지역 상생을 원한다면 시설 내 식당 운영을 전면 중단하고, 숙박 역시 인근 마을 민박이나 시내 숙박업소와 연계하는 ‘분산형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목적 사업만 하면 될 일을 굳이 숙식업까지 확장하는 것은 행정의 비대화이자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갑질이다.
■ 세금 내는 시민이 주인인 행정인가?
지자체가 국비 공모 사업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유치한 대형 시설들이 정작 지역 경제의 실핏줄인 소상공인들의 밥그릇을 뺏고 있다. 소상공인이 낸 세금이 그들을 망하게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이 역설적인 행정을 멈추지 않는 한, 정읍의 자치 경제는 자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숲은 공공이 보전하고, 장사는 민간이 하게 하라.” 정읍 집강소와 지역 소상공인들이 던지는 이 단순하고도 명확한 요구에 정읍시와 국가기관은 이제 답해야 할 때다.
[정읍 집강소] 26.05.06